엄마는 누워계신다.

지난 가을의 어느 날, 거짓말 같은 사고 이후로

엄마는 누워계신다.

 

그 날 이후로 우리 가족의 시계는 멈춰버렸다.

아버지는 휴직계를 내시고 엄마 옆을 내내 지키셨고,

누나와 매형은 매주 집을 찾아와 아빠 옆을 지켰고,

난.. 끝내야만 하는 공부때문에, 누구도 지키지 못했다.

 

지나놓고 보니 공부는 내게 도피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고,

해야만 하는 과업이기도 했다.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이런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서 오는 기계적인 일과가 주는 망각이 더 좋았다.

엄마가 누워계신다는 것을, 난 억지로 그렇게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그렇게도 바라던 합격증도 있고 법인 입사일도 점점 다가오는데,

난 좀처럼 기쁘지가 않다.

 

그냥 그렇게, 내가 할 일만 열심히 하면 - 그래서 시험에도 붙고 입사도 하면..

그때쯤 되면, 엄마가 일어나셔서 기뻐해주실 줄 알았는데,

 

엄마는 아직도 누워계신다.

 

엄마가 누워계신다는 게, 참 아프다.